작가노트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먼저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봉착 한다. 최근 몇 년동안 화면속엔 다양한 그릇이 채워져 있거나 비워져 표현되어 있었다. 작품의 모티브를 찾게된 계기는 유년기 아련한 기억 속에서 였다. 일곱살 때였던 것 같다. 어머님의 공간인 부엌을 마루에서 지켜보다가 찬장 안쪽 그릇에 무언가 담고 꺼내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소중히 여기는걸 보면 분명 좋은게(?) 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님이 일하시러 밭에 나간 사이 부뚜막에 올라가 찬장 문을 열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고사리 손을 넣어 그릇을 꺼내봤는데…… 10원짜리 동전 몇 개, 고무줄 묶음, 쪽지…… 실망스런 순간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 그때 일을 기억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볼품없는 물건이 담긴 그릇은 어머님의 삶이 오롯이 담겨져 있었다. 물질만 담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사람들의 삶이 전사된 것 같은 정겨움이 느껴진다. 이처럼 나의 작품에는 비워진 도자기속에 녹아있는 삶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타임캡슐의 기능으로써 접근하고 있다.